사단법인 호아빈의 리본

<신화의 힘>, <개구리> Zoom 독서 모임

임현우 | 2020.09.22 23:38 | 조회 83
아름다운 풍경, 함께하면 기분 좋은 사람, 그리고 책 한 권이 있으면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을 누릴 수 있습니다. 지난 20일 저녁은 코로나 19 때문에 첫 번째 조건은 갖추지 못했지만, 마음에 드는 사람들과 책이 함께 한 시간이었습니다. 한 권이 아닌 두 권의 책을 손에 들었기에 마음은 더욱 풍성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분들을 만났습니다. 언택트 시대의 온택트 미팅은 낯선 불안과 설렘을 줍니다. 특히, 지난 몇 차례 줌(Zoom) 모임에 참석지 못했던 저로선 그 마음이 더욱더 컸습니다. 게다가 두 권의 독서 나눔 책 중 한 권을 진행까지 해야 한다니... 하지만 방이 개설되고 책을 좋아하는 모임 분들의 얼굴이 하나둘 늘어가는 순간마다 불안은 기대로, 설렘은 평안으로 변했습니다.   

우리가 이야기 나눈 책은 두 권입니다. 비교 종교학자이자 신화 해설자로 유명한 조셉 캠벨과 저널리스트인 빌 모이어스의 대담을 엮은 <신화의 힘>, 그리고 중국 계획생육 정책을 둘러싼 시골 지역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 <개구리>가 그 주인공입니다.

<신화의 힘>은 고대 미국 인디언 신화를 비롯해 우파니샤드, 불교, 힌두교, 기독교 관련 세계 각지의 신화들을 통해 우리 삶과 연관성을 고찰하고, 더 깊은 신화의 세계로 안내하는 신화 입문서와 같은 책입니다. 처음 접했을 때 연속된 메타포의 향연에 몽롱한 느낌도 들었던지라 ‘혹시 아무도 말을 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지?’ 걱정했습니다. 그런데 이는 완전한 기우였습니다. 사실 진행자의 역할이 거의 없더군요!^^ 여기저기서 저마다의 감상평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많은 신화들을 연계해 대담형식으로 전개하다 보니 잘 읽히지 않았다거나, 깊이가 부족한 느낌을 받았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많은 분이 신화에 깊은 관심을 두고 계셨고, 캠벨이 지은 서적을 여러 권 읽은 분도 있었습니다. 이 시대 집단의 꿈으로서의 신화의 의미를 되새기며 딸과 함께 읽은 기쁨을 누렸단 경험, 현실 너머의 상상을 통해 우리의 나아갈 방법을 제시해주는 신화의 힘을 강조하는 이야기가 이어졌습니다. 대담형식으로 구성되지 않은 다른 신화를 소개해주기도 했고요. “1, 2장은 엄청 어려웠는데, 한 달이 지나 다시 보니 잘 읽혔다”며 “특히 천복을 좇는 행복을 다룬 부분이 인상적”이라고 발힌 이도 있었습니다. 저는 이 책을 통해 ‘새로운 신화가 없는 지금 세상 속에서 신화와 관계를 맺고, 새로운 메타포와 가치체계가 어우러진 여행을 즐길 수 있겠구나’ 생각 들었습니다. 한 번 읽어볼 가치가 있는 책인 것 같습니다.

1시간이 금방 지나갔습니다. 한결 편해진 마음으로 <개구리>를 맞이했습니다. 
서간과 극본의 이어진 형식으로 서술된 이 소설은 산부인과 의사인 고모와 그를 둘러싼 인물들의 인생 이야기입니다. 전문성 없는 산파들로 인해 산모와 태아의 생명이 위협받는 걸 안타깝게 여기는 고모, 신생아 출산시키는 걸 자랑으로 여겼던 그녀는 중국 정부의 산아제한 정책인 계획생육에 앞장서며 낙태 수술을 집도하는 의사가 됩니다. 가족도, 동네 주민도, 자신이 직접 받았던 아이도 예외가 될 순 없습니다. 그 과정에서 마을의 아낙과 조카(소설의 화자) 처 등 뱃속에 태아를 가진 여인들이 생명을 잃지요. 그리고 시간이 흘러 2000년대를 맞고 남은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생명이 무엇인지, 먹고 사는 게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하는 책에 적절한 느낌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참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화자로부터 제가 이야기를 전해 듣는 느낌이랄까요? 소설 초반 석탄을 씹어먹으며 끼니를 때우던 아이들이 떠오르며 우리나라의 전쟁 이후 시대가 연상되기도 했고요. 중국의 경제 활성화 정책, 우리나라의 새마을운동 덕에 이만큼 발전했다는 인식과, ‘그 과정에 벌어진 계획생육이나 독재가 옳은 것이냐’는 비판이 충돌했습니다. 개의 중성화 수술을 예로 특정 시점 우리가 괜찮다고 생각하며 한 일이 과연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인지 되새겨봤단 분도 계셨습니다.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언급하며 생각 없이 그저 익숙해지고 적응되는 삶의 행태를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개구리’란 제목을 정말 잘 지었다는 평과 함께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을 묘사하는 듯한 작가의 서술방식에 주목하는 시각이 있는가 하면, 작가의 수익과 노벨상 수상 배경 등을 살피거나 소설 속 사례로 화학성분의 영향을 설명하는 분도 계셨습니다. 소설과 연계해 중국이라는 나라의 특성과 민족성을 더 깊이 이해하셨단 이야기도 나왔고요. 저는 베르테르 유형이라 생각했던 한 등장인물이 예상과 다른 모습으로 변모해 너무 아쉬웠습니다. 이처럼 책을 읽는 사람마다 다양한 관점에서 여러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게 독서 나눔의 또 다른 매력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빠져들어 읽고, 읽은 후 여운이 남는 책이었습니다. (사족입니다만, 문득 “천메이에게 10만위안을 보상하기로 했다”는 말미 부분이 떠오르며 왠지 씁쓸한 느낌이 더해지네요. 날씨가 부쩍 추워진 탓입니다!)  

노트북 앞에 앉아 네다섯 번 말하면 지나갈 정도로 두 시간은 참 짧습니다. 하지만 우리 사이에는 책이 있고, 또 읽은 걸 나눌 수 있는 글과 이야기가 있습니다. 곧 다가올 다음 만남을 기다립니다. 이번에 보지 못한 멤버들도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온택트된 마음으로 이 글을 읽어주신 분들의 건강과 안전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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